우울할 때 우리는 흔히 ‘자극을 줄이자’, ‘휴식하자’라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최근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감정적으로 무관심한 정보에 노출되는 것이 오히려 정서적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즉, 좋아하는 콘텐츠가 아닌 ‘관심 없는 뉴스’를 보는 행동이 역설적으로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본문에서는 그 이유를 심리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탐구하고, 이를 일상 속에서 습관화하는 방법, 그리고 2025년형 멘탈 케어 트렌드 속에서 이 현상이 갖는 의미를 자세히 살펴본다.

마음 안정의 새로운 접근: 무관심한 뉴스의 힘
우울한 순간에 마음을 달래려는 사람들은 종종 감정적으로 위로가 되는 콘텐츠, 즉 감정적 연결이 강한 영상이나 음악을 찾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콘텐츠는 오히려 감정의 깊이를 자극해 ‘감정적 과몰입’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무관심한 정보에 대한 노출이다. 무관심한 뉴스란, 우리가 감정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주제의 기사 — 예컨대 해외 산업 동향, 정책 발표, 기후 통계, 혹은 과학 연구 같은 것이다. 이런 콘텐츠는 ‘인지적 자극’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적 반응을 최소화시킨다.
심리학자 마크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정신적 회복은 감정의 전환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감정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정보로 시선을 돌릴 때, 뇌는 ‘편도체(감정중추)’의 과도한 활동을 줄이고 ‘전전두엽(이성적 사고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즉, 무관심한 뉴스를 읽는 행위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뇌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인지-감정 회로의 리셋 과정이다.
예를 들어, 우울할 때 ‘항공 산업의 연료 효율 개선 기사’를 읽는다고 해서 감정이 즉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사 속 숫자나 사실을 읽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감정적 사고가 자연스럽게 잠잠해지고, 내면의 소음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관심 없는 정보가 오히려 감정의 부드러운 차단막이 되어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인지적 거리두기(cognitive distancing)’라고 부른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감정과 사고 사이에 한 걸음 떨어진 관찰자의 위치로 자신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심리 습관으로서의 뉴스 소비: 정보 거리두기의 기술
우울감은 단순히 슬픔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자기 몰입의 결과이기도 하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내 인생은 왜 이럴까”라는 자기 중심적 사고가 반복되면서 감정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이때 무관심한 뉴스는 ‘자기 초점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실질적 도구가 된다. 뉴스는 본질적으로 나와 직접 상관없는 세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라서 무관심한 뉴스에 집중하는 순간, 뇌는 자연스럽게 ‘자기 감정 모드’에서 ‘외부 정보 처리 모드’로 전환된다. 이 전환이 바로 우울감의 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심리치료 기법 중 하나인 ‘주의 전환(Attention shifting)’은 우울 상태에서 특히 중요하다. 무관심한 뉴스를 읽는 행위는 이 기법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예를 들어, 출근 전 10분 동안 경제 뉴스 헤드라인을 읽거나, 점심시간에 해외 과학 기사 한 편을 훑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루틴 뉴스 소비’는 생각보다 강력한 정서적 안정 효과를 낸다. 하루 일정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객관적 정보’에 집중하면, 뇌는 점차 안정감을 느끼고 ‘예측 가능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는 불안이나 우울을 완화시키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또한 정보 소비의 태도도 중요하다. 단순히 뉴스를 ‘소비’하기보다 ‘관찰’하듯 읽는 것이 핵심이다. “이건 흥미롭군” 정도의 가벼운 거리감을 유지하며 읽을 때, 감정은 억눌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결국 뉴스를 감정의 대상이 아니라 사고의 연습장으로 사용하는 습관, 이것이 현대 멘탈 관리의 새로운 기술이다.
2025 트렌드 속 뉴스와 멘탈 케어의 변화
2025년은 ‘디지털 멘탈 케어’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소비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이는 단순한 취향 변화가 아니라, 과도한 감정 자극에서 벗어나려는 ‘심리 방어 전략’이다. 디지털 피로(digital fatigue)와 뉴스 번아웃(news burnout)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언론사들도 감정적 자극이 적은 ‘사실 중심 뉴스’, ‘분석형 콘텐츠’, ‘느린 저널리즘’에 주목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정신건강 스타트업이나 명상 앱들 중 일부는 ‘무관심 뉴스 읽기’를 감정 조절 훈련의 한 방법으로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Headspace나 Calm 같은 앱에서는 ‘정보적 뉴스 노출’을 통한 인지 전환 세션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는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사고의 흐름을 유지하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명상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에서도 ‘조용한 뉴스 소비’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느린 뉴스레터’, ‘차분한 기사 큐레이션’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 감정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2025년의 멘탈 관리 트렌드는 ‘감정에서 벗어나 생각으로 이동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무관심한 뉴스 소비는 감정적 거리두기의 실천적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우울할 때 무관심한 뉴스를 본다는 것은 감정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파도를 잠시 멈추게 하는 지혜로운 선택이다. 관심이 없는 뉴스를 통해 우리는 감정적 에너지를 절약하고, 사고의 균형을 회복한다. 2025년 이후의 멘탈 케어는 ‘자극의 최소화’와 ‘인지적 리듬 회복’이 핵심이 될 것이다. 오늘 하루가 힘들다면, 당신의 관심사와 전혀 상관없는 뉴스를 한 편 읽어보자. 그 안에는 세상의 객관적인 흐름이 있고, 그 흐름 속에서 당신의 마음은 서서히 평형을 되찾게 될 것이다.